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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 저자 다이 시지에, 이원희
  • ISBN 9788972753162
  • 페이지 259
  • 정가 8,800원
  • 판매가 7,920원 (10%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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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부르주아계급의 두 청년과 바느질 소녀와의 사랑과 우정, 발자크에 대한 동경과 찬사, 마오쩌둥 문화대혁명 시대를 유쾌하게 풍자한 페미나상 수상작가 다이 시지에 첫 장편소설 2000년 프랑스 언론이 극찬한 화제의 베스트셀러! 2003년 페미나상을 수상한 다이 시지에의 첫 번째 장편소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가 드디어 재출간되었다.

중국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영화감독과 소설가로 맹활약 중인 다이 시지에는 두 번째 소설 『D콤플렉스 Le complexe de Di』로 단숨에 페미나상을 거머쥐며 현재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 급부상하였다.

중국 정체성의 문제를 특유의 해학과 유머로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을 받으며, 그는 약관의 나이에 프랑스에 입문, 불과 몇십 년 만에 영화와 소설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천재적인 재능의 예술가’란 찬사를 받고 있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는 2000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프랑스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프랑스 출판계는 모두 다이 시지에를 주목했고, 미국의 유명 출판사들은 소설의 판권을 사기 위해 앞 다투어 경쟁을 벌여 화제를 낳기도 했다.

또한 영화로도 만들어져 2002년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2000년 국내에서도 『소설 속으로 사라진 여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마니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마오쩌둥에 의해 주도된 문화대혁명. 다이 시지에는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에서 암울했던 문화대혁명이라는 중국 현대사의 한 부분을 개인의 문제로 끌어들여 한 편의 영화처럼, 그러나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발자크와 플로베르 등 서양소설을 둘러싼 두 소년과 바느질 소녀와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놓고 있다.

직접 문화대혁명을 겪은 작가의 체험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이 소설에서 다이 시지에는 섬세하고 위트 있는 문장들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준 서양의 스승들 발자크, 플로베르, 도스토예프스키 등에게 찬사를 표하고 있다.

또한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는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듯,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세대의 ‘책에 대한 동경과 찬사’를 담은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는 문화대혁명 기간 중 하방정책下枋政策의 일환으로,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분류되어 ‘하늘긴꼬리닭’ 산이 있는 농촌으로 재교육을 받으러 간 두 소년과 그곳에서 만난 바느질하는 소녀와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유머러스하고 낭만적인 이야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 지식인’들은 모두 농촌으로 보내져 재교육을 받아야만 했던 시절, 고등학교에 가보지도 못한 두 소년은 부모가 부르주아계급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첩첩산골로 보내진다.

이들의 재교육이란 것은 소위 똥지게를 지고 나르거나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일 등이다.

문명의 냄새를 풍기는 유일한 물건은 주인공이 가져온 바이올린뿐이고, 두 소년은 무서운 마을 촌장을 속이면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곡을 ‘마오쩌둥 주석을 찬양’하는 곡이라며 연주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다.

하나는 발자크를 포함한 중국어로 번역된 숨겨진 서양문학과의 만남이고, 다른 하나는 바느질하는 소녀와의 첫사랑이다.

마오쩌둥의 ‘붉은 어록’ 이외에는 거의 모든 책이 금서로 통했던 때 그들은 발자크와 플로베르, 도스토예프스키, 스탕달,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 등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된다.

그리고 두 소년이 읽어준 발자크 소설에 매료된 바느질하는 소녀는 소설 속 여주인공과 도시 생활을 한없이 동경하며, 급기야 긴 머리를 자르고 새하얀 테니스화를 신고 도시로 떠나버린다.

■ 인터뷰 중에서 “물론 미래가 없는 몹시 서글프고, 힘든 시기였어요. 하지만 중국 민족은 좀 다른 사람들이에요. 마오쩌뚱이 주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동쪽의 어느 나라처럼 살풍경하지 않았어요. 사회 체제는 늘 가혹했는데도 사람들은 착한 아이로 남아 있을 줄 알았지요. 그들은 삶의 기쁨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고, 공산주의도 그것만은 결코 뿌리뽑지 못했지요.” 오늘날의 중국에 대한 질문에 그는 씁쓸함이 밴 어투로 대답한다.

“생활수준은 많이 향상되었어요. 그 산골 마을에도 가보았는데, 이제는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있더군요.” 그리고는 시니컬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그들에게는 이제 영화를 이야기로 들려주는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것이 그의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았다.

중국이 자유에 눈을 뜨기는 했지만, 교양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유럽의 고전 작품들이 도처에 있지만,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보느라고 책을 거의 읽지 않아요. 나는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세대에 속해 있지요.” 그는 마오가 사망하고, 서양문물이 중국에 마구 밀려오기 전에는 중국인들에게 독서 열풍이 일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우리가 뒤라스, 보르헤스를 발견할 수 있었던 80년대에는 굉장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문학을 사랑하는 마지막 세대였습니다.”

■ 추천의 글 문학의 장엄한 힘을 멋들어지게 전달하고 있다.

- 라이브러리 저널 Library Journal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교묘함이 뒤섞여 있는 유쾌한 소설이다.

- 워싱턴 포스트 The Washington Post 낯선 시대와 장소 속에서의 인생의 묘사가 너무 매혹적이다.

- 뉴욕 타임즈 The New York Times 기대하지 못했던 익살스럽고도 경이로운 인간의 이야기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Publishers Weekly

■ 본문 중에서 촌장의 눈빛에 충직한 공산당원다운 경계심이 나타나면서, 어조가 적대적으로 변했다.

“네가 연주할 노래의 제목은 무엇이냐?” “노래와 비슷하긴 하지만 이건 소나타라고 하는 겁니다.” “나는 제목을 물었다!” 촌장이 내 눈을 쏘아보면서 고함쳤다.

또다시 그의 왼쪽 눈에 맺힌 핏멍울 세 개가 내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모차르트…….” 나는 망설였다.

“모차르트 뭐라는 거냐?” “모차르트는 언제나 마오 주석을 생각한다는 겁니다.” - 11p 가장 끔찍한 것은 똥을 지고 날라야 한다는 것이다.

원통 모양의 나무통들은 인분이나 짐승의 똥을 나르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것이다.

날마다 그 나무통에 똥물을 채워서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한 밭까지 등에 지고 날라야 했다.

걸음을 뗄 때마다 통 속에서 똥물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고, 뚜껑에서 조금씩 새어나온 구린내 나는 똥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면서 몸통을 따라 흘러내리곤 했다.

친애하는 독자들이여, 차마 넘어지는 장면을 이 자리에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발을 헛디뎠을 경우에 일어날 결과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 24p 뤄는 ‘안경잡이’가 책을 준 그날 밤부터 그 책을 읽기 시작해서 새벽녘까지 모두 읽어치웠다.

책을 다 읽은 그는 남폿불을 끄고는 나를 깨워 책을 내밀었다.

나는 밥도 먹지 않고 밤이 이슥하도록 사랑과 기적으로 가득한 프랑스 이야기에 푹 빠져, 다른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서 보냈다.

아직 청춘의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열아홉의 숫총각이 애국주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운동에 관한 혁명적 장광설밖에 모른다고 생각해보라. 갑자기 그 작은 책은 침입자처럼 나에게 욕망과 열정과 충동과 사랑에 눈을 뜨라고 말하면서, 그때까지 고지식한 벙어리에 지나지 않던 내게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 80~81p 책을 베끼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난생처음이었다.

방안을 뒤져 종이를 찾아보았지만, 부모님에게 편지를 쓸 때 사용할 종이 몇 장밖에는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점퍼의 양가죽에 직접 옮겨 쓰기로 했다.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주었던 그 점퍼의 겉면에는 길고 짧은 양털이 뒤섞여 있었지만, 안쪽은 털이 없이 매끈한 가죽이었다.

안쪽 가죽은 군데군데 갈라지거나 해져 있어서 글을 쓸 자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옮겨 쓸 만한 본문을 선택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 나도 위르쉴처럼 침대에 잠든 채 500킬로미터나 떨어진 우리집에 가서 어머니가 뭘 하고 계신지를 보고, 또 부모님과 함께 저녁 식탁에 앉아 그분들의 앉은 자세라든가 반찬이나 접시 색깔을 관찰하고 음식 냄새를 맡고 그분들의 대화를 들어보고 싶었다.

나도 위르쉴처럼 꿈을 꾸면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들을 보고 싶었다.

- 82~83p “내가 발자크의 원문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주고 나자 그애는 네 점퍼를 잡아채어 다시 한 번 읽었지. 머리 위로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급류 소리가 멀리서 들려올 뿐 조용했어. 날씨는 화창하고 하늘은 흡사 천국처럼 푸르렀지. …… 발자크는 그애의 머리에 보이지 않는 손을 올려놓은 진짜 마법사야. 그애는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몽상에 잠긴 채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지. 그러고는 발자크 발췌문이 적힌 네 점퍼를 자기가 입었어. 꽤 어울리더군. 그애는 자신의 살갗에 닿는 발자크의 말들이 행복과 지성을 갖다줄 거라고 말했어.” - 86~87p 우리는 가방 쪽으로 다가갔다.

가방은 굵은 새끼줄을 십자 모양으로 둘러 단단히 묶인 상태였다.

우리는 새끼줄을 풀고 조심스레 가방을 열어보았다.

손전등 불빛 아래에서 가방 안에 가득한 책들이 눈부시게 빛났다.

서양의 위대한 작가들이 두 팔을 벌려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맨 위에는 우리의 오랜 친구 발자크의 소설 대여섯 권이 놓여 있고, 다음으로 빅토르 위고, 스탕달, 뒤마, 플로베르, 보들레르, 로맹 롤랑, 루소, 톨스토이, 고골리, 도스토예프스키, 그런가 하면 디킨스, 키플링, 에밀리 브론테 같은 영국 작가들의 책도 있었다.

얼마나 황홀했는지 모른다! 나는 환희의 안개 속에서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가방에서 소설책을 한 권 한 권 꺼내서 들쳐보고, 작가들의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뤄에게 책을 넘겨주었다.

창백해진 내 손끝은 흡사 살아 있는 인간을 어루만지는 느낌이었다.

- 138p “몇 권만 가져간다면 알아채지 못할 거야.” “하지만 나는 전부 다 읽고 싶어.” 뤄가 딱 잘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뤄는 다시 가방을 닫고, 그 위에 한 손을 올려놓으며 기독교인이 맹세라도 하듯 이렇게 선언했다.

“이 책들로 나는 바느질 처녀를 딴사람으로 만들어놓겠어. 그애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산골처녀로 살지 않게 될 거야.” - 140p 책 도둑질에 성공한 이후 9월 한 달 내내, 우리는 서양의 작가들이 하루하루 페이지마다, 책마다 드러내는 바깥세상의 신비, 무엇보다도 여자와 사랑과 섹스의 신비로움에 사로잡히고 매료되었다.

‘안경잡이’는 감히 우리를 고발하지 못한 채 떠났을 뿐 아니라, 다행히 우리 마을의 촌장마저 관할 공산당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용징에 가 있었다.

촌장이 없는 틈을 타서 마을에 일시적으로 퍼지고 있던 은밀한 무정부주의를 이용해서 우리는 밭일을 거부했고, 우리의 영혼을 지키는 간수로 바뀐 예전의 그 아편 농사꾼들도 그런 우리의 반항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두문불출한 채 서양소설들을 읽는 일로 나날을 보냈다.

나는 뤄가 유독 푹 빠진 발자크의 작품들을 내버려두고, 내 열아홉 살의 경박함과 진지함으로 플로베르와 고골리, 멜빌, 로맹 롤랑 들과 차례차례 사랑에 빠졌다.

- 151~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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