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방송>오피니언 [설왕설래] 서울로 7017
고가도로는 지표면 도로와의 평면 교차를 피해 지면보다 높게 지대(地臺)를 가설하고 그 위에 설치한 도로를 말한다.

개발 시대인 1960년대 후반부터 한정된 도로의 교통 효용을 높이기 위해 대도시 곳곳에 설치됐다.

고도성장기의 고단한 삶이 숨겨져 있다.

시인 고형렬은 ‘교각 비둘기’에서 "혜화동 로터리 교각 밑에는/ 미워도 우리 전부를 등지지 않는/ 바쁜 생의 인내와 할 일이 있었다"고 노래했다.

이제 고가도로의 효용은 끝이 보인다.

시설이 노후한 데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여론이 일면서 곳곳에서 철거되고 있다.

1970년 개통된 서울역 고가도로는 서울역의 철도를 횡단해 퇴계로와 만리동을 잇는 길이다.

기차로 서울역에 도착하면 바로 보이는 장대한 시설물이어서 서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세월을 이겨 내진 못했다.

2000년대 들어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이 나오자 부분 보수를 했지만 안전 우려가 끊이지 않아 2015년 12월 차량통행이 중단됐다.

철거는 모면했다.

낡은 교각·고가를 보수해 서울역광장, 북부역세권 등으로 통하는 17개 보행로로 연결하기로 했다.

2015년 11월 바닥 철거로 시작된 공사는 고가 상단 콘크리트 바닥판 교체 등을 통해 이 고가도로를 안전 B등급 보행 교량으로 바꾸어 놓았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했다.

원래 1930년대에 지어진 고가 철도인데 트럭 운송에 밀려 잡초가 무성한 흉물이 되자 철길에 꽃과 나무를 심어 신개념 공원으로 만든 곳이다.

새 고가 보행길이 오늘 ‘서울로 7017’이란 이름으로 시민에게 개방된다.

‘7017’은 서울역 고가도로가 탄생한 1970년의 70과 새롭게 태어나는 17개 보행길의 17을 합친 숫자라고 한다.

국내 최초의 공중 보행길이자 보행안전법에 따른 첫 보행자 전용길이다.

645개 원형 화분의 꽃·나무가 228종 2만4085주에 달하는 공중 정원이다.

밤에는 파란 조명을 켜 별빛이 쏟아지는 은하수 길로 변신한다.

찻길에서 사람길로 바뀐 서울로 7017은 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기여할 것이다.

훗날 ‘사람 중심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로 꼽힐지 지켜볼 일이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2017년 05월 19일 23시 26분 | segye.com | 박완규 기자 #고가 #서울역 #보수 #서울로 #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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