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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종합 “가슴속 겨울 속에 사는 사 람들… 손잡고 다른 계절 가는 길 찾고파”
네 번째 소설집 출간 앞둔 소설가 김애란"돌아보니, 무언가를 잃어버렸거나 누굴 떠나보낸 사람들이 다음 계절로 넘어가지 못하고 가슴속에 추위를 안고 있는 이야기들이더라구요."소설가 김애란(37)이 새 소설집 제목을 ‘바깥은 여름’(문학동네)이라고 정한 이유다.

다음 주 출간을 앞두고 인터넷 서점 예약판매 반응이 벌써 뜨거운 네 번째 소설집인데, 요즘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긴 하지만 수록작 중 하나를 표제로 삼는 관행에서 벗어나 소설의 한 대목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수록된 단편 7편 중 ‘풍경의 쓸모’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된 정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스노볼을 쥔 기분이었다.

유리 볼 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인. 시끄럽고 왕성한 계절인, 그런.’ 말 그대로 가슴속에는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세상은 왕성하고 시끄러운 여름인 상황, 그래서 ‘바깥은 여름’이다.

‘은’이라는 조사가 특히 마음을 끌었다고 했다.

조사 하나가 닫힌 이들의 아픔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첫머리에 배치한 단편은 제목부터 ‘입동’이다.

젊은 부부가 어렵사리 내 집을 마련해 이사간 동네에서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아이를 잃었다.

보험금을 받아놓고도 손을 댈 수 없다.

꽃무늬 도배지를 사다놓고도 바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부부는 겨우 힘을 내 도배를 시작하는데 꽃무늬 가득한 벽지 아래 쪼그려앉은 아내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꽃매’를 맞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내는 꽃무늬 아래서 텅 빈 눈동자로 말하고 남편이 따라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제가 알아요, 하고 손을 잡아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는 말을,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만, 겨우 그게 사실일 거라는 정도까지만 다가가지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같이 겪은 동시대 사람이긴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 부부의 대사를 옮기는 것 정도였어요. 폭식투쟁이랄지, 소설 속 ‘꽃매’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는 현실을 보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광화문에서 만난 김애란은 머릿속에서 활자를 교열하듯 단어를 고르고 골라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그해 문예지 겨울호에 마감한 소설이었으니 그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김애란은 정작 인터뷰 내내 ‘세월호’라는 고유명사를 한번도 발설한 적은 없지만 소설을 일별해보면 그 내상이 깊이 배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추위 같은 아픔은 ‘건너편’으로 이어진다.

노량진 ‘공시촌’이 무대다.

보화는 어렵게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교통방송에서 기상예보를 하는 경찰이고 이수는 여전히 비루한 ‘공시’ 인생인데, 동거하던 이들 남녀는 크리스마스에 이별한다.

김애란이 써낸 소설들에는 공통으로 동세대 청춘을 관통하는 그녀만의 시선이 보인다.

"청춘은 젊음이나 청년이라는 말보다 습도가 높은 단어이지만 푸를 ‘청’이 아니라 멍든 푸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세대만 해도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안하긴 해도 확신의 형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젊은 세대는 이미 잘 안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성장담이 아니라 방도 아니고 칸에서 시작해 칸에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아요."‘풍경의 쓸모’의 화자에게는 소설 말미에 ‘기체인지 액체인지 모를 무언가가 뜨겁게 치밀어’ 올라온다.

이 뜨거운 치밈은 김애란의 인물들이 공통으로 겪는 아픔이다.

"자신이 무언가 잃어버렸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이거나, 이미 자각하고 있지만 다시는 찾을 수 없거나, 다른 세계로 자기가 간다는 걸 예감하는 순간에 그럴 거예요. 이번 소설집은 겨울로 들어가지만 마지막에는 우리가 여기 갇혀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잘 모르지만 같이 방향을 물으면서 나가는 문을 만들어놓았어요."‘입동’으로 시작한 이번 작품집의 마지막 단편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이다.

남편을 사고로 잃은 여자가 여행에서 돌아와 참았던 눈물방울을 투둑투둑 떨어트리는 이야기다.

김애란은 막연하고 희미하지만 더불어 방향을 찾아 빛을 향해, 다음 계절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면서도 시종 조심스럽다.

"젊은 친구들을 지레 연민하거나 자칫 결례가 될 수도 있는 배려를 소설 속에서 하지 않았어요. 그들을 대상화하지 않고 고유명사로 그 사람들의 개성과 유머와 감정들을 최대한 담아내려 한 거죠. ‘약자’라는 보통명사로 부르지 않고 아무개라는 고유명사로 부르는 것, 소설이 제일 잘하지 않나요? 보통명사를 무시하지 않되 먼저 고유명사로 다가가야지, 그러지 않으면 메시지에 희생당하거나 주제에 봉사하는 결례를 범할까 걱정돼요. 선배 작가들이 앞에서 주도하면서 무언가를 끌어주는 역할을 했다면 저는 앞이 아니라 옆이나 뒤에 있고 싶어요."충남 서산에서 지금도 이발소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유머감각이 뛰어난 손칼국수를 오래 만들어온 어머니 사이에서 김애란은 쌍둥이 자매로 태어났다.

매사에 그녀보다 더 적극적인 쌍둥이 언니와 손잡고 서산 읍내 서점과 도서관으로 소풍가듯 나들이 다녔다.

백일장대회에서 상을 받곤 했지만 정작 문학에는 대학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뜻을 두었다는데, 김애란은 평범한 듯 따스한 일상에서 유달리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키워온 듯하다.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는 비루한 현실을 남루하게만 묘사하지 않고 불꽃놀이 같은 판타지도 가미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두근두근 내 인생’에도 절망을 ‘딴청’으로 희석하는 김애란 특유의 애수 어린 ‘명랑’이 배어 있다.

청명한 슬픔이랄까. 이번 소설집에 오면 그런 장치는 슬며시 사라진 듯하다.

"여전히 농담이나 딴청에는 비루함을 희석하는 힘이 있지만 이제 극복이나 위로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일개 소설 하나로 작가가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설만이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무언가 겪었고 어떤 시간을 통과했는데 그게 뭔지 흐릿할 때 일단 언어화시켜보자는 마음이 있어요. 우리가 겪은 시간 혹은 내가 겪은 시간을 언어화시키는 것, 거기서 끝이라고 해도 상관없어요."200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 때 대학문학상을 받으며 어린 나이에 문단에 나온 김애란은 2013년 역대 최연소자로 이상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감각에 집중해서 썼다면 이제 질문에서 시작되는 글을 쓰고 싶다"면서 "어릴 때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는데 이제는 신뢰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들은 시대의 우울과 추운 사람을 이음매 없이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담아내어 중후한 믿음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해 8월에 바르샤바로 떠난다는 김애란은 ‘바깥은 여름’ 말미에 적었다.

"누군가의 손을 여전히 붙잡고 있거나 놓은/ 내 친구들처럼/ 어떤 것은 변하고 어떤 것은 그대로인 채/ 여름을 난다.

// 하지 못한 말과 할 수 없는 말/ 하면 안 될 말과 해야 할 말은/ 어느 날 인물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 내가 이름 붙인 이들이 줄곧 바라보는 곳이 궁금해/ 이따금 나도 그들 쪽을 향해 고개 돌린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2017년 06월 19일 20시 58분 | segye.com | 조용호 기자 #소설 #김애란 #하지 #여름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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